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 충북 제천시를 방문해 등산한 뒤 술을 마셨다고 시인했다.4일 윤 청장은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참사 당일 음주를 했냐는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질문에 "음주했다고 (이미) 말씀을 드렸다"고 답했다.
윤 청장은 그동안 참사 당일 음주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명확하게 음주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윤 청장은 참사 당일인 작년 10월 29일 토요일 휴일을 맞아 지인들과 월악산을 등산한 뒤 오후 11시쯤 인근 캠핑장 숙소에서 취침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 45분이 지난 시점인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윤 청장이 취침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가 술에 취해서 자느라 참사 발생을 알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휴일에 음주한 사실 자체가 위법한 행위는 아니지만, 당일 서울에 각종 집회가 예고돼 있었고 핼러윈 축제와 관련해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찰의 최고 책임자가 무책임하게 술을 마셨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 청장은 음주 후 취침에 들면서 오후 11시32분과 52분 경찰청 상황담당관의 참사 발생 사실 보고를 놓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참사 발생 이튿날인 30일 0시14분에야 상황담당관의 전화를 받고서야 참사 발생을 처음으로 인지했다.
다만 윤 청장은 자신의 음주와 관련해선 여전히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주말 저녁이면 저도 음주를 할 수 있다. 그런 것까지 밝혀드려야 하나"며 자신의 음주 여부를 추궁하는 조 의원의 질문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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